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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질
Closet
1년에 딱 하루 등산복이 욕 안 먹는 날입니다. 긴팔에 긴바지에 목장갑까지 다 갖춰져 있고요. 회식 때 이거 입고 갔다가 한 소리 들은 게 오늘로 다 갚아졌습니다.
그럼 뭘 입냐고 물었더니 답이 없더라. 어차피 오후엔 산소 올라가야 하고 풀 헤치면 바지에 흙이 다 튄다. 밥상 앞에서만 잠깐 겉옷을 벗었다.
검정 정장은 있는데 넥타이가 다 무늬가 있어요 하나 사러 나가긴 애매하고. 이런 건 좀 그런가요?
그냥 마트 다녀온 건데 기능성 반팔에 등산 반바지를 입었더니 다들 어디 갔다 오냐고 물어보네요. 여름엔 이게 제일 시원해서 입는 겁니다. 이 조합이 그렇게 티가 납니까?
아저씨라 그런가 방수 된다는 건 다 형광색이거나 등산복이더라 회식 가는 길에 비 오면 그냥 젖고 갑니다 이게 맞나 검정 아니면 남색만 고르는 사람인데 이런 건 좀 그런가요
이거 좀 그런가요 아저씨가 반바지 세 개 들고 가는 게 장인어른 앞에서 무릎 나오는 게 좀 그래서 긴바지 하나는 넣긴 했는데
이틀 있었는데 세 벌 다 연기 냄새를 그대로 달고 왔다. 등산복 두 벌은 두 번 빨고 다 빠졌는데 면티 한 장은 아직 난다. 결국 기능성이 낫다는 결론인데 회식엔 그걸 못 입는다.
옷장에 등산복밖에 없는 사람인데 정작 각반은 한 번도 안 써봤습니다. 여름 풀밭 짧게 도는 정도면 그냥 긴 양말로 되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