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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Closet
소가죽에 안감은 면 100이고 봉제선이 두 줄로 박혀 있습니다. 3년 동안 손잡이 색만 진해졌고 나머지는 그대로입니다. 저는 가방을 자주 사지 않아서 이 정도면 잘 산 것 같습니다.
평일엔 손도 안 대고 토요일에만 입는 셔츠가 하나 있는데 4년 됐는데도 깃이 멀쩡해요. 오래 입을 것만 산다고 해놓고 정작 제일 오래 남은 건 제일 안 입은 거였네요. 이번 여름 마지막 주말에도 결국 이거 입고 나갔습니다
아침이 선선해져서 긴팔 하나 사려고 다른 데를 봤는데 실측표를 봐도 감이 안 왔어요. 십 년 넘게 한 집에서만 사다 보니 기준이 제 몸이 아니라 그 집 M이 돼버린 것 같아요. 결국 아무것도 못 고르고 창을 닫았습니다
여름 지나고 세어보니 남은 게 다 제값 주고 산 것들이었습니다. 싸게 산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세일 때만 기준이 헐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책 때문에 습도를 맞춰야 해서 사람 기준으로는 늘 애매하대요 세 시간 정리하고 나오니까 셔츠가 등에서 다 접혀 있었고요 오래 입을 것만 산다고 해놓고 정작 여름에 일하면서 입을 건 하나도 안 사놨더라고요
칠 년 입은 여름 재킷을 맡겼더니 안감이 다 삭아서 다음엔 안 받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화도 안 나고 그냥 한참 서 있다가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