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냄의 옷장 — 에센셜리스트
유행을 좇지 않아 촌스러워질 일 없는 사람들. 그 결의 신예 브랜드들.

"덜어냄으로 완성한다"
옷장 안에는 검정과 회색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심심해서가 아니라, 매일 입을 수 있는 옷을 정확히 골라둔 결과에 가까워요. 화려한 걸 못 입는 사람이 아니라 안 입기로 한 사람. 색을 더하기보다 소재와 선을 보고, 많이 갖기보다 오래 남을 것만 남기는 쪽이에요. 유행을 좇지 않으니 유행이 지나도 급히 낡아 보이지 않죠.
미니멀은 '아무것도 없음'이 아니에요
미니멀을 밋밋함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남길 것을 고르는 감각에 더 가까워요. 단단하게 떨어지는 어깨선, 절제된 톤 위에 겹쳐지는 레이어, 오래 만져도 질리지 않는 소재. 덜어낼수록 이런 디테일은 더 선명해져요. 그래서 미니멀은 쉬운 취향처럼 보여도 꽤 까다롭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결의 신예들


어디서나 보이는 베이직 말고, '덜어냈는데 분명한' 옷을 짓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데일리미러는 매니시한 구조와 페미닌한 감수성을 한 실루엣 안에 둬요. 단단하게 떨어지는 테일러링 위로 부드러운 곡선이 겹치고, 그 사이에서 중성적인 미니멀리즘이 생깁니다. 군더더기를 걷어낸 자리에 남는 건 결국 태도라는 쪽에 가까워요.
로우(L'EAU)는 과잉을 걷어낸 자리에서 출발해요. 뉴트럴한 색조와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여성복의 본질을 다시 보고, 여러 겹을 입어도 소란스럽지 않은 레이어링을 만듭니다. 보여지는 멋보다 오래 함께할 질을 생각하는 브랜드예요.
그리고 그 옷장을 완성하는 한 끗에는 태서울(TAESEOUL)이 있어요. 가죽과 스웨이드가 크림·브라운·그레이의 절제된 팔레트 위에 놓이고, 재킷처럼 단단하면서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드는 가방을 만듭니다. 옷을 덜어낸 사람일수록 곁에 두는 가방 하나가 더 또렷하게 보이거든요.
에센셜리스트의 한 끗
색을 줄였다면 소재가 더 중요해져요. 톤이 비슷할수록 옷의 재질이 인상을 결정하니까요. 핏은 몸에 딱 붙이는 것보다 어깨와 기장처럼 보이는 지점을 정확히 맞추는 편이 좋아요. 다 덜어낸 룩에서는 가방이든 신발이든 하나만 또렷해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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